프리오리의 웹툰

8.8

프리오리의 프롤로그는 글로 썼을 땐 한페이지 분량이었는데다. 텍스트만으로 따지자면 앨리스와 비슷한 분량이다. 그런데 9페이지…!?

상황묘사가 많다 보니 페이지가 이렇게까지 불어난다.

먼저 웹툰에서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링들을 추려낸다. 그리고 이에 맞는 셰이더를 입혀주어야 한다.

그리고 사슬 모델링이 필요하다.

열심히 러프를 뜨자. 9페이지나 되니 많긴 많다…

8.9

이제 오리기 작업 차례. 열심히 가위질을 해보자.

다 그리기엔 끔찍한 롤머리.

8.10

러프이후의 작업은 생각없는 노가다 작업이라 포스팅 할 생각을 못했다. 잘라붙이기를 끝내고 어느 덧 펜선도 막바지 작업 중.

선화 작업 후 밑색 마스킹 작업

8.11

아날로그로 그림을 그리던 젊은 시절, 난 펜선에 자신이 없었다. 프로작가중에선 선의 강약컨트롤이 강력한 G펜을 잘 쓸수록 고수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난 처음부터 주제도 모르고 G펜을 샀다. 그렇게 종이를 수백장 찢어먹은 후에야 스푼펜으로 도구를 바꿨지만, 손떨림 때문에 여전히 원하는 선을 그어내지 못했다. G펜보다는 나았지만, 펜 중에선 그래도 뭉툭하다는 스푼펜도 여전히 내겐 어려운 도구였고, 답답함을 참지 못해 손과 팔을 찌르는 자해도 많이 했었다. 이는 그림을 아무리 그려도 나아지질 않았고 그 이후 선은 내겐 너무나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클립스튜디오의 선떨림 보정은 내겐 너무나 고마운 도구다. 블렌더의 스컬핑 옵션 중 스테빌라이즈 드로잉기능과 비슷한데, 이 덕분에 선을 부드럽게 그리는 것은 물론 속도, 강약등 모든 걸 마음대로 그릴 수가 있다. 때문에 최근엔 선긋기가 크게 어려운 과제가 아니게 됐다. 한 컷의 선화를 따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분 정도. 예전이라면 훨씬 더 오래걸렸을테고, 퀄리티도 조악했으리라. 포토샵이 버려지는 건 자연스런 수순이 아닐까

8.12

작업을 하다보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색상표. 이게 없으면 색깔에 통일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반드시 작성해 둔다. 채색도 거의 끝나간다. 그 다음은 배경을 그릴 ..아니, 뽑을 차례다.

8.13

아휴… 9페이지가 많긴 많다. 뜻밖에 물표현이 꽤 재밌는 작업이다.

8.14 ~ 8.17

여름 휴가! 책을 읽자!

8.18

프리오리의 엔딩작업 돌입 전, 정비가 좀 필요해졌다. 필요한 작업은 2가지이다. 리그레이 컷 소재화 그리고 컷간 거리 통일이다.

리그레이는 벨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의 엔딩에 등장한다.(벨은 리그레이를 구하지 않는다.) 시제도 노을이기 때문에 어쨌거나 많이 그릴 수밖에 없고, 오로라까지의 엔딩을 그린 지금, 컷이 꽤 많이 모였다. 때문에 몇몇 컷은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재활용을 할 수 있는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예 다 그리는 것보단 훨씬 낫다.

다음은 컷간 간격인데…

초반에 작업된 앨리스의 경우 컷간 간격이 좀 좁다. 앨리스의 페이지가 적게 나온 건 내용면에서 적은 것도 있지만 컷간 간격이 좁은 것도 한 몫한다….그런데 이걸 수정하려 보니 너무 대공사네… 그냥 두는 편이 좋겠다.

8.20

피곤했다. 하지만 잠들기 전 어떻게든 한 컷이라도 더 그려보려 애썼다. 그러나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았고, 결국 이 러프 한 컷을 그리는데 30분이 넘게 소요됐다. 그것치곤 결과가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자고 일어나서 맑은 정신으로 처음부터 다시 그린 러프가 이거다. 15분 정도 걸렸고, 대체로 마음에 들었다.

그림이란 손이 그리는 것 같지만, 사실 머리가 그리는 것이다. 굴착기가 아니라 기사가 흙을 파내는 것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그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마음에 안든다면 매몰 비용은 과감히 버리는 게 맞다는 해묵은 규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가 됐다.

이제 몽타주의 시간. 프리오리 머리카락 너무 커!

8.21

펜선은 경계를 나누는 작업이다. 무릎꿇은 프리오리를 내려다보는 이 씬의 경우, 오른팔 안쪽의 모습이 불분명했다. 러프 때 내가 무슨 의도로 이를 그렸더라… 하지만 이를 애매하게 내비둘 경우, 분명 나중에 고생을 하게 된다. 때문에 확실하게 경계를 그어두는 게 중요하다. 이 경우, 그냥 검게 칠해버리기로 마음을 먹고 안쪽을 비워두었다. 어차피 머리카락이 가릴 것이고, 구석의 씬이니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닌 결정같아 보이지만, 일을 하다 보면 이런 결정이 숱하게 일어난다. 그것이 구조상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어떤 방향이든 결정을 해두어야 한다. 이를 하지 못해 ‘다음에’로 넘기다 보면 나중에 갚아야 될 일들이 이자를 붙여서 다가온다. 묵히면 묵힐 수록 더 큰 이자로. 사람들은 첫단추를 잘못 끼우는 걸 두려워하지만, 이런 결정은 늘 자신의 지식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적어도 그 시점에선 미래에 어떤 문제가 터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방향이든 결정을 해두는 편이 좋다. 잘 되면 좋은 거고 문제가 터져도 배울 것이 있으니까.

흐엉엉엉. 생각해보니 프리오리는 안우는 회차가 없다. 눈물이 많은 아이

8.22

펜선이 끝난 후엔 몽타주를 선의 경계에 맞게 오려준다.

이걸
이렇게

몽타쥬 작업이 생각보다 품이 들기 때문에 가끔 “이게 정말 빠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전에는 펜선을 다하면 작업의 70%정도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요샌 한 50%로 줄어든 것 같다. 이유인즉, 펜선을 따는 속도가 빨라졌고, 채색이 좀 더 세밀해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다.

8.23

이런 그림이 복잡한 씬은 몽타쥬없으면 한참그렸을 씬. 몽타쥬는 빠른 게 맞다. 계속 유지

엔딩도 완료. 총 52컷이네?! 어쩐지 많더라.

8.24

프리오리의 엔딩은 무려 10페이지. 각본만으로 보아도 상당히 긴 편이고, 예상대로 길게 나왔다.

이제 여기에 사용될 모델을 준비하고

8.27

러프끝. 다시 돌아온 몽타쥬의 시간.

씬을 마음먹은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다음부턴 역시 AI같은 건 안쓰고 싶다.

몽타쥬를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소품의 비율이다.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보면 소품이 점점 커지거나 작아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모델링 스샷을 켜두고 비교를 해보아야 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건 AI만의 과제같지는 않다.

8.29

채색 진입. 캐릭터는 머리카락과 상당부분 겹치는 표정 레이어를 따로 분리해 두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이렇게 채색할 때도 편하고, 나중에 눈크기 조절할 때도 편하다.

8.30

길고 길었던 프리오리의 웹툰. 에필로그 컷수는 71컷, 실제 웹툰 작가가 연재하는 분량과 엇비슷하다. 처음부터 길 것이라 예상했고, 예상만큼 길었다.

이제 벨의 시간. 벨의 에피소드엔 모든 캐릭터 중 유일하게 리그레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시작해 보자.

프리오리의 웹툰”의 2개의 생각

  1. 마녀전 시절 사용하셨던 거친 브러쉬를 참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디지털로 그리셨지만 그게 스푼펜이던가요?

    1. 아뇨. 그건 포토샵이었습니다. 스푼펜은 포토샵을 쓰면서 완전히 손놨더랬죠. 손에 잉크가 안묻어서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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