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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흐른다.

근황 2021. 7. 19. 03:51

"좀 뛰다 올께"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운동화를 신었다. 오랫만에 조깅을 했다. 
40대가 되니 운동은 체력증진의 수단이 아니라 살려는 발버둥에 가깝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기운이 빠지는 게 실시간으로 체감된다. 
책상앞에 앉아서 키보드 혹은 연필이나 끄적이던 내가 운동을 좋아할 리 없으니, 있는 체력이라도 잘 지켜 남은 여생 잘 살아보자는 일종의 투자다. 
기온이 많이 오르긴 했어도 아침그늘은 선선하다. 다행이도 미세먼지도 좋다. 먼지로 뒤덮인 대기는 기온이 1~2도 더 높다. 이거라도 좋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늘에서 걷는 둥 뛰는 둥, 볕에서 뛰어서 다음 그늘까지는 최선을 다한 뜀박질.을 반복. 30분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여름은 여름이라 제법 땀이 흐른다.

회사에 나가지 않으니 날짜개념이 사라진다. 어느 덧 매미소리가 들리는 지도 모른 채 달력의 숫자만 채웠다. 
이 상태라면 굳이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집에만 있을 것 같은데,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다. 역시 만능핑계 코로나.

도서관에서 책을 두 권 빌렸다. 뉴스에서는 찌는 듯한 더위, 재난 문자 속에는 폭염주의보. 
내가 나이가 들어 열기가 쇠해서 몸이 차가워졌는지, 아니면 그냥 재난문자 발송기준이 약해진 건지,어쨋거나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닌데.
볕은 덥지만 그늘은 견딜만하다.책을 들고 마트에 들러 우유를 샀다. GS마트에서 파는 부산우유. 1700원 언저리. 
아내가 조사한 바로, 이 동네 우유 중에는 이게 가장 싸다. 쿠팡에서 정신나간 가격으로 올라오는 핫딜은 예외로 치고.

"아빠! 이제 나가요."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아빠가 나갔다며 저도 나가겠다고 옷을 갈아입고 대기중이다.
아니, 견딜만 하다는 게 날씨가 좋다는 뜻은 아닌데...어쩔 수 없이 책은 책상 위에, 우유는 냉장고에 대충 던져놓고 아이 손을 잡는다.
세 돌이 지나니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져서 편하다. 신발도 혼자 신고... 아차. 마스크는 필수지.

아이와의 산책은 목적지가 없다. 그냥 가자는대로 걷는다. 
1층은 더워서 M층(1층과 B1층사이. 언덕에 지어진 아파트에 간혹 있다.)에서 내렸다.
그래도 볕이 쎄다. 그늘로 아이를 유인해도 듣지를 않는다. 아이는 현재를 산다. 
당장 타죽을 것 같지 않고서야 뙤약볕에서 30분 후에 열사병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수퍼마켓 갈래"

그래도 덥긴 덥나보다. 다시 마트로 향한다. 우유도 샀고... 딱히 살 건 없는데... 
평소처럼 여기저기를 신나서 돌아다닌다. 카트와 부딪힐 수 있으니 걸어다녀야 한다고 일러준다.
생각보다 말은 잘 듣는데 걸음이 바쁘다. 심행불일치. 마음은 바쁜데 아빠가 뛰지 말라니, 다리는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속보. 
그런 상태로 마트 전체를 누비다가 당연하게도 완구코너에 멈춘다. 
대체 이 마트는 왜 다이소를 내장하고 있는 거지? 
아이에겐 아무 것도 안살거라 이야기하긴 했지만, 오랫동안 장난감을 사주지 않았으니 하나 사줘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만 했는데 아이는 냅다 뭔가를 집어든다. '리나의 소꿉놀이'

"이거 갖고 놀래"
"그건 여자애들 갖고 노는 거야."
"아니야."

자동차만 굴리고 놀았으니 뭔가 새로운 걸 좋아할려나? 좋아. 한 번 사볼까.
구성품은 인형하나와 싱크대 및 가재집기들의 미니어처. 
유튜브에서 본 게 있어 인형놀이라도 할까 싶어 집에 와서 포장을 뜯어주니, 인형은 저만치 던져놓고 쟁반에 그려진 그림이 무슨 음식이냐고 묻는다. 인형값이 반일텐데.

"그건 짜장면이야."
"나도 먹고 싶다."
"어제 엄마가 짜파게티 해줬잖아."
"나도 먹고 싶다."

하긴 아빠도 중국집에서 파는 쟁반짜장이 맛있기는 해.
그렇게 10분이나 놀았나? 다시 자동차를 굴린다. 
이 장난감은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확인용 수단으로서 그 역할을 다 했다. 5천원이나 하는데...

일상이 흐른다. 육아 휴직 18일 차의 어느 날.

Posted by 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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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log.naver.com/yingbbang icekiss 2021.07.20 0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피의 복수극은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키보드워리으ㅓ의 파괴적 짝사랑이 뭔지 보여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