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트는 앞선 글에서도 썼다시피 첫구상은 '벽을 뚫고 전진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단순한 게임이라 사실 이 프로젝트에 그렇게 비중을 둘 생각은 없었기에 그래픽도 그냥 어린 애가 그린것 같은 로켓트로 할 생각이었습니다. 기획서에 나온대로 말이죠.
그러니까... 그냥 이게 그대로 게임화면이 될 뻔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로켓이 총알을 쏘며 벽을 뚫고 전진한다.. 에 촛점을 맞추니, 몇가지 생각이 떠올랐죠.
그 중 가장 타당한 이미지가 '외계인에게 잡힌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로 비행기를 뺏어서 탈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두들점프같이 좀 유아틱해 보이는 그래픽도 잘 팔리니까, 그렇게 그려볼 생각이었죠.
게임도 쉬웠고, 애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조작에, 그래픽도 부담없으니 인기가 있을거야!싶어서 말이죠.
그래서 정한 제목이....... '혹성탈출'이었습니다.[....]
그 영화를 모르시는 분은 없겠지만, 그 원숭이들 나오는 영화의 원제는 Escape from planet of apes 인데,
웬지 포스터엔 Planet of Apes만 강조되고 있어서 우린 Escape from planet을 강조하면 되겠다. 그럼 저작권에도 안걸리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L사장의 철학이 이 게임컨셉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는 곧죽어도 이 게임이 판타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지금이야 잘 버무려져 좋은 그림이 나왔지만,그 당시 혹성탈출만 생각하고 있던 저는 매우 무리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주선을 탈취해 그들의 무기로 낡은 벽을 부수며 복잡한 외계인의 소굴을 탈출하는 내용.
얼마나 멋진 설정인가요!!
그런데 이 우주선을 '판타지의 무언가'로, 장애물 역할을 하는 벽을 '판타지의 무언가'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죠.
처음 나온 생각은 '용자가 달린다' 였습니다. 장애물은 고블린이나 오우거등의 몬스터로 대체하고요.
하지만 이것은 엔진의 구조상 불가능해 포기했습니다. 이 게임은 탑뷰인데, 달리는 것을 표현하려면 스프라이트(한컷한컷 그려서 연속된 그림을 출력하는 방식)방식밖에는 답이 없었거든요.
저희 게임엔진은 다관절 애니메이션에 적합하지만 스프라이트방식은 꽤나 어려웠습니다.게다가 이건 노력대비 효율이 좋지 않았죠.
그래서 두번째로 생각한게 드래곤이었습니다. 드래곤을 타고 벽을 부순다.
...벽?!!
뛰는 용자앞엔 고블린이 있어도 되는데... 날고 있는 드래곤앞에 고블린이 날 수는 없었죠.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못날것도 없긴 하지만.. )
그래서 '공중형 몬스터'를 생각해봤는데
1. 비홀더 ( 커다란 몸집의 외눈을 가진 눈깔괴물 )
2. 비홀더 ( 커다란 몸집의 외눈)
3. 비홀더 ( 아 그냥 눈깔괴물 )
으아니!! 내 상상력은 이게 끝이란 말인가..!!
생각나는 게 고작 몸체에 눈이 너무커서 상대적으로 소화기관이 짧아져 육식을 하게 되었고, 그때문에 인간을 먹게 되었다는 슬픈 생명체, 비홀더 뿐인가!!
이때까지만 해도 드래곤은 우리 친구니까 몬스터가 되어선 안된다고 믿고 있었죠.
그렇다고 해서 비홀더는 너무 비호감이었어요.
그래서 싹 무시하고 벽을 그렸습니다. 동물처럼 생긴.
한솥도시락 어린이셋트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을만 했죠.
사람의 합리화가 얼마나 간사하냐면, 이걸 그린후엔
1. 고양이가 나는 것도 참신한 것 같아.
2. 귀여우니까 팬시상품으로도 적합하겠지.
3. 게다가 얼굴이 네모낳게 생겨서 판정을 알기도 매우 쉬워!
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전 신포도를 본 여우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다시 L사장과 논쟁이 붙었습니다.
"고양이라니요! 판타지에 고양이라니요!"
전 뭐 어때!라는 쪽이었고 L사장은 절대 안된다는 쪽이었죠.
결과는 제가 양보했습니다. 논리적으로 밀린거 아닙니다. 양보했습니다. 에이, 속고만사셨나. 맞다니까.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는 '악당드래곤'의 모습이 되었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노릴 수 있도록 색과 디자인을 아주 미세하게 바꿔서 7형제를 만들게 된것입니다.
나중에 흰색이 추가되어 8형제가 되긴 했습니다만..
그에 반해 주인공의 모습은 전혀 충돌이 없었군요. 덕후들 사이에선 미소녀 코드는 논쟁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것이었을까요..
개발네이밍은 '써니'였습니다. Sunny. 제가 지었죠. 5초만에.


